SNOW & WINTER !!

ARMADA Alpha 1 2011/2012

DMWriter 2014. 2. 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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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기에 앞서

나는 스키를 배운 사람도, 전문적으로 가르치거나 타는 사람도 아니다. 때문에 새로운 스키를 타고 평가한다는것을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난 176cm에서 170cm로, traditional camber에서 tip & tail rocker로 스키 자체의 성격이 크게 변한 환경 중에 어떤 것이 내 주관을 흔들고 있는지를 확실히 할 수 없는 실력의 소유자다. 

사실 이 글을 쓸까 말까도 많이 망설였었다. 몇번을 타도 내가 느끼는 정보는 한계가 있고, 내가 해석하는 것이 잘못되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겨우 두 종류의 프리스키를 타보고 내리는 지독히도 주관적인 내용을 부디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냥 '나란 사람이 이렇게 느꼈다'고 하는 프리스키 초보가 겪은 체험기로 이 글을 봐주셨으면 감사할 따름이다.


2. 구매 이유

스키를 타기에 앞서, 자신의 스타일을 철저하게 살피는것이 중복투자를 막는 길이라 생각한다.

난 초등학교때 몇 번 스키장 강사에게 스키를 배운 이후 몇 년간 스키장을 가보지 못했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인라인을 타던 깡으로 스키보드에 입문했다. 익카를 치지 못해 상급 슬로프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풍경을 즐기고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초급자 슬로프를 설설 내려오는게 나의 성향이 되어버렸다. 


처음 프리스키로 넘어올때 내가 바란 점은 스키보다 높은 안정감이었다. 설면의 상태와 경사에 큰 영향을 받는 스키보드를 타다 보니 실력이 아닌 스키 스펙으로라도 못가는 슬로프를 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첫 스키는 내 키보다 큰 스키였고, 그 스키가 나에게 준 해방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어떤 설면에서도 신뢰감을 주는 묵직한 라이딩, 바인딩 채결에 낑낑거리는 모습에서도 해방되었다. 곤돌라 타는게 더이상 두렵지 않다. 스키를 내려놓고 철컥!! 허리를 굽혀 숨이 고글로 차오르며 앞을 뿌옇게 만들쯤에 부츠를 물던 고정식 바인딩과는 다른 편리함이었다. 

하지만 한시즌이 지난 후 회의감이 들었다. 높은 경사의 슬로프를 내려 오는 것이 내 목적이었나? 보다 안정감 있고, 보다 편리한 라이딩을 찾은 것은 맞았지만, 어디에선가 '재미'를 빠트린 것 같았다.

결국 한 시즌이 지난후 새 스키 후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모토는 초심으로 돌아간 'Fun riding'

주안점이 되야 할 스펙은 '키보다 짧은 스키 길이' 와 '가능한한 작은 회전 반경'

스키보드를 타던 재미와 스키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 사이의 최적의 조합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 tip & tail rocker가 들어간 스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앞뒤로 락커가 들어가있고 발 아래는 일반 캠버가 들어가 있는 구조, 엣지가 닿는 면은 실제 스키 길이보다 짧고 그래서 라이딩시도 스키 길이보다 짧게 느껴진다는 말에 눈이 번쩍 띄였다. 이거였다!! 뭔가 내 취지와 부합할꺼라는 예감이 들었다. 스키보드보다는 좀 더 길지만, 비슷한 경쾌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락커가 라이딩 상황에서 주는 문제점을 발 아래 캠버가 존재함으로서 해결해줄 수 있을꺼란 기대도 있었다.


후보군을 뽑아보기 시작했다.


ARMADA Halo

ARMADA Alpha1

Moment Vice


Halo와 alpha1의 회전 반경은 170cm에 12.5m

moment vice는 168cm에 16.2m


뵐클이나 K2와 같은 다른 스키 브랜드에서도 tip & tail rocker 시스템을 채용하지만 모두 생각보다 큰 회전반경을 가지고 있다. 

마음이 armada 스키로 기운다. 


매장을 찾아 갔다. 시승할 수 있는 스키가 있으면 좋았으련만 하필 다른 매장으로 대여가 나갔다고 한다.

사장님에게 내가 생각했던 라이딩 스타일을 이야기하고 halo나 alpha1이 그런 상황을 제공해줄수 있는지 문의한다.

타보지 않고 말로 하는 이야기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너무나 주관적이다. 하지만 결국 내 손에는 alpha1이 들려 있었다.

기대 반과 걱정 반

스키장 가는 날이 다가왔다.


 


3. 외관

 




마치 10/11 ARMADA AR7을 만화 컷 안에 집어넣은듯한 느낌.

노즈쪽은 파란색, 녹색, 빨간색이 섞여 있고, 테일로 갈 수록 검정색이 많아 진다.   

이 스키에 Head의 Mojo multicolor binding을 박으면 정말 끝내주는 조합이 될꺼란 생각이 들었다.


HEAD MOJO MULTICOLOR BINDING


아쉽지만, 구입 당시 원하는 DIN의 Mojo바인딩을 구하기가 어려워 포기.

해외에서는 이 깔맞춤을 예상했는지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ㅎㅎ

http://www.ebay.com/itm/New-ARMADA-ALPHA-1-170cm-Rocker-Freestyle-Twintip-Twin-Tip-skis-bindings-/121067015392?_trksid=p2047675.m1850&_trkparms=aid%3D222002%26algo%3DSIC.FIT%26ao%3D1%26asc%3D11%26meid%3D5680838599144242246%26pid%3D100011%26prg%3D1005%26rk%3D1%26sd%3D290752668424%26



맘에 드는 디자인이다. 10/11보다도, 12/13보다도 11/12 모델의 색 배열과 조합이 마음에 든다. 베이스가 좀 더 요란했으면 좋겠지만, 상관 없다. 누군가에게 내 스키의 베이스를 보여주는건 스키 판을 들고 이동할때 뿐이니까... ㅜㅜ

개인적으로 알마다에서 이 모델에 필적하는 디자인은 이번 시즌 10/11 그리고 12/13 Halo라 생각한다. (난 10/11 Halo가 더 좋다)

두 스키는 여러가지 면에서 친구이며 라이벌인 관계이다. 

과거엔 ARMADA alpha 1과 2가 있었고 Alpha 2는 Halo라는 새 이름을 얻어서 돌아왔다.

Halo와 Alpha1의 차이는 베이스.

Halo는s7 베이스를, Alpha1은 comp 베이스를 사용한다 한다. 활주성능은 comp쪽이 좀 더 좋다고 한다.


앞 뒤로 캡 방식이 채용되었다. 나는 캡 방식을 좋아한다. 캡 방식이 옆에서 들어오는 까임에 얼마나 관대해지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의 첫 스키보드가 캡 방식이었던 것에 대한 향수도 조금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 하긴, 그때 MP99sw을 제외하고 캡 방식이 아닌 스키보드가 몇이나 되었겠냐만은....

중간 부분은 그대로 샌드위치 모양이 들어나있다. 섬세한 색갈 배치, 흐믓해진다. 베이스의  덜 요란함에 대한 아쉬움이 여기서 매꿔졌다.





4. 스펙


ARMADA 홈페이지에서 밝히는 Alpha 1 의 성격


170cm의 길이

너비는 앞에서 부터 순서대로 94/111/81/100/85 mm 팁 부분이 테일보다 살짝 넓다.

코어는 나무, 회전 반경은 앞에서 말한대로 12. 5m 

앞 뒤로 들어가는 rocker를 armada에서는 EST Park Rocker 라 부른다. 

이 EST는 용도에 따라 All mountain, Freeride, Powder, 그리고 Park로 나뉜다.

무게는 측정해보지 못했으나 기존의 스키보다 가볍다. 기존 스키와의 비교는 동일한 바인딩도 아니고, 길이도 줄었기에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생각한다.

게다가 나에게 무게는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니다. 어짜피 이보다 절반 더 가볍다 해도 지상에서 내 몸을 띄우기엔 내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 흨...ㅜㅜ


5. 첫느낌

내게 스키를 판매하신 사장님은 나에게 처음 스케이팅이 어려울수도 있다 하셨다. 

하지만 스케이팅에는 문제 없었다. 짧은 길이 덕분에 좀 더 편리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이다. 스케이팅부터 허우적 거렸다면 괜히 새 장비를 샀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새삼 처음 스키보드를 탔을 때 리프트 줄 중간에 있던 웅덩이에서 넘어져 바닥을 기며 허우적 거리던 슬픈 과거가 떠오른다. 

그날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은 덕분에, 스케이팅을 참 많이 연습했었다... 

첫번째 라이딩을 시작한다. 시즌 두번째 출격이라 아직 라이딩 감도 안온 상태여설까?

앞 뒤가 심하게 흔들린다. 락커가 들어가선지, 자세의 문제인지 혼란스럽다. 아무래도 자세 같다. 

폴대가 있어 감사하다. 태풍 맞은 조각배처럼 흔들리는 이 몸을 버텨주는건 그나마 폴 뿐이다. 


6. 세번째 느낌

자세가 제대로 잡히기 시작했다. 

알파1에 올라탄 채로 초보 슬로프를 몇번이고 오르내린다.

유효 엣지가 줄어들어 브레이킹이 힘들어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결론은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문제 없었다.

라이딩을 함에 있어 아직 락커가 들어간 것에 대해 어떠한 변화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짧아진 길이 덕분에 조금이나마 더 다루기가 수월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벼워진 무게도 한 몫할지 모른다. 

어쩌면 오늘따라 내 허벅지 근육들이 유래없이 힘을 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7. 다섯번째 느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슬로프는 하이원 제우스 1번이다. 

산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 같은 재미가 항상 이 슬로프를 찾게 만든다. 인공적인 느낌도 덜하고, 사람도 적은 편이다. 물론 제우스 3번과 만난후부턴 웰컴 투 헬이지만, 그 전까지 제우스 1번이 주는 마음의 편안함이 있다. 가장 많이 다닌 슬로프고 이 슬로프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도 잘 알고 있었는데, 알파1을 타고 제우스1을 내려가다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바닥이 읽히는 것 같았다!!'


마치 계단같이 조금씩 깍아내려가는 슬로프의 모양새가 발바닥을 통해 전해진다. 

이전에는 한번도 못느꼈던 느낌이다. 내가 어느 각도의, 어떤 모양의 슬로프를 내려가고 있는지를 눈이 아닌 다른 신체기관으로 느끼는건 처음이었다. 찌릿찌릿했다.

몇번이고 제우스1에 올랐다. 천천히도 가보고, 빠르게도 가보고, 엣지로도 가보고, 베이스로도 가보고, 확실하다!! 기존에 스키가 주던 정보와는 다른 정보를 내게 전달해준다.

왜 그런지를 리프트에 올라타 찬바람을 맞으며 곰곰히 생각해본다.


이건 마치,


'그랜져를 타다가 미니 쿠퍼를 타는 느낌'


긴 길이와 앞에서부터 뒤까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기존의 스키의 캠버는 팁에서부터 전달되는 진동을 채 부츠에 도달해버리기도 전에 상쇄시켜버린게 아닐까 하는 가정을 세워보았다. 설면에 닿는 시작점이 기존 스키보다 더 뒤로 왔고, 캠버도 좀 더 낮은 것이 그 원인일꺼라 짐작해본다.

자동차 시승 기자들이 말하는 '운전의 재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노면을 읽으면서 타는 느낌, 혹자에겐 불쾌하거나 피곤할수도 있지만 나에겐 독특한 재미를 보장해주었다.



8. 열번째 느낌

좀 더 경사가 있는 슬로프를 찾아갔다. 

아직 알파1에 대한 적응이 완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스키가 여러 설면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궁금함이 한 몫을 했다.

아폴로4번을 찾아간다. 상단부는 급경사, 중반부터 좌우로 폭이 아주 넓어지는 완만한 경사,  하단부는 옆 슬로프와 만나며 다시 급경사,  아폴로 4 슬로프의 중반부는 엣지를 박고 좌우로 넓게 이리저리 움직여보기에 좋은 슬로프라 생각한다. 하단부에 사람이 없다면 살짝 스키를 '쏴볼'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또한, 급경사의 아폴로 4번 상단부는 대다수의 초보자들을 차단하는 좋은 차단막이 된다. 때문에 운이 좋으면 이  넓은 슬로프를 전세내듯 사용해볼 수 있다.


슬로프 위에 서보니 아폴로 4번 상단부를 이미 보더님들께서 눈을 싹 밀어버리고 얼음판을 만들어 놓으셨다. 밀어도 너무 밀어 놓으셨다. 회색으로 들어난 얼음판과 가가각 거리며 저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앉아있는 보더들의 뒷모습을 보니 공포가 몸을 휘감는다. 일단 엉기적 엉기적 빙판을 기어 내려와 중반부로 들어섰다. 

 

엣지를 박고 턴을 돌면서 리바운드를 찾아본다. 이놈의 허접한 자세는 사실 뭘 해도 폼도 안나고 반응도 없었기 때문에 흉내내기에 가까운 허우적거림이다.

앞뒤로 락커가 들어갔지만, 만족스럽다. 스룰 어디선가 엣지가 들어가는 반응이 느리게 느껴지신다는 글도 보았지만 내 수준에서는 그 역치에 다다르지 못한 듯 하다.

오히려 엣지를 넣고 빼는 것에 있어 수월함이 느껴진다.  하단 부에 사람들이 꽤 모여 있어 주저주저하며 슬로프 구석으로 설설 내려가다 갑자기 등장한 보더를 피하기 위해 몸을 튼다. 예상보다 민첩한 회전, 20m에 달하는 회전반경을 가진 기존 스키를 타고 있었으면 높은 확률로 부딪혔을 상황을 피해갔다. 둔한 몸이지만 조금씩 짧은 회전반경이 주는 경쾌함을 알아가고 있다.




9. 열세번째 느낌

헤라 1슬로프를 찾았다. 

사실 제우스 3번을 가려다가 발이 미끄러져 이곳으로 떨어져버렸다.

슬로프 좌우로 스키어 보더들이 앉아있거나 서있다. 왠지 내가 타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듯해 부끄럽다. 아폴로 4번에서 느꼈던 짧은 회전반경을 찾아내려고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이건 확실하다, 스펙상 8m정도의 회전 반경 차이가 나면 나같은 초보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쩌면 기존의 스키는 좋은 턴을 이끌어 내기엔 내 실력이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게 답일 것 같다. 

그렇다면 알파 1은 나같은 초보에게 우호적인 턴을 제공해주는 감사한 스키일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장비를 교체한게 잘 한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딴생각을 하다 슬로프 바깥쪽에 눈더미를 뒤늦게 발견했다. 몸을 틀기도 전에 스키 팁 부분이 불쑥 위로 들린다!! '아이고 내 허리!!!' 넘어질뻔한 몸을 간신히 가누지만 바로 식은땀이 흐른다. 예전 같으면 그냥 팁으로 꾹 누르고 지나갔을수도 있는 눈더미에서 이런 위험함을 느낄줄이야, 이런게 락커가 주는 환경이구나 생각해본다. 자세를 함부로 높이지 말아야겠다. 항상 엣지를 넣어두지 못하면 급변하는 슬로프를 따라잡기 힘들 것 같다.


락커 스키가 라이딩시 팁 부분이 떨린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턱턱커거럭커거턱ㄱ턱!!! 이렇게 떨린다는게 아니라 달달달달~ 떨린다. 일반 캠버를 가지고 있는 스키보다 조금 더 떨리는 듯한 느낌이다.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정도였다. 혹여 나처럼 팁 떨리는거 보겠다고 발끝만 보고 달리지 말자, 죽을뻔 했다. 


10. 열 다섯번째 느낌

가능한 가까이 두 발을 모으고 팡팡~!! 리바운드가 내게 주는 즐거움이 뭔지 알 것 같다.  좁은 회전 반경을 마음껏 이용해본다. 

머릿속에서 그리던 원호를 그대로 그려본다 더 작은 턴, 그보다 더 작은 턴, 스키가 날 밀어올려주는 느낌이 어색하다. 이 전 스키에선 이 느낌을 못느꼈었나?

모르겠다. 왠지 오래간만에 이런 경험을 하는것 같았다. 가끔씩 스키에 몸이 끌려가는 것 같았던 그 느낌이 사라진것 같다. 마음대로 누르고 마음대로 호를 그린다. 좀 더 민첩해진 느낌...

엣지를 확실하게 박아 넣으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문제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만나는 눈 더미는 확실하게 엣지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조금 더 들린 노즈를 이용해 타고 넘는 박진감을 선사해준다.

예전처럼 설렁설렁 아무 생각 없이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것은 힘들어 졌지만 딴짓만 안하고 있으면 모든 상황에서 재미를 선사해주는 것 같다. 



10. 마지막 느낌

재미있었다. 

오래간만에 라이딩을 하는 재미를 느껴본 것 같다. 

적응이 쉽진 않았지만, 적응할 가치가 있는 스키라 생각한다. 락커가 내게 주고 있던 미지의 불안감은 말끔하게 해소되었다. 

자신감이 생긴다. 발로 느끼는 슬로프의 정보, 고글 착용을 위해 안경을 벗고 이질감에 콘택트 렌즈는 사용하지 않고 타는 나에게 또 하나의 눈이 생긴 것 같다. 


스키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스키가 내게 주는 정보를 활용하고 싶어졌다. 

좀 더 다양한 상황에 반응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싶어졌다.   

작년에 처음 보드를 탄 지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계속 보드를 타고 있는 것 처럼 몸이 울렁울렁거리는 경험을 했다고 내게 말한적 있다.

난 이날 처음으로  그 울렁거림을 느꼈다.

버스안뿐 아니라, 집에 돌아와 의자에 앉는 순간까지도...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경험이 신기하긴 했다.

이전에 타던 스키가 나에게 무난한 편안함을 주었다면, alpha1 은 좀 더 자기 개성을 확실히 들어냈다 생각한다. 


실력도 지식도 경험도 없어 글로 남기는것 자체가 웃음거리가 될 것 같은 걱정이 들지만 하나 확실한건

난 Alpha 1을 타고 Fun riding을 느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큰 지출을 한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일지도 모르지만, 

처음으로 이 스키와 더 많은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Epilogue. 그로부터 2주일 후

과욕은 화를 부른 다는 것을 알았다. 이 날 따라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스키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도, 이 전에 alpha1이 내게 주었던  자신감이 나를 옭아 맨 것 같았다. 

좋은 자세, 좋은 컨디션에서 좋은 라이딩이 나온다는 걸 잠시 잊고, 과거만 생각하며 무모한 도전을 한 결과는 약 1달간 스키장을 가지 못하는 부상으로 이어져버렸다.

역시 아니다 싶을 땐 하지 않는게 답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스키를 막 험하게 다루지 못하는 내 성격이 이 사고를 불러 일으켰는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실력을 망각한체 과도한 자신감에 매달려 내달리는 모습은 앞으로 지양하기로 했다.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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