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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못 알아보는 패딩 자켓, 텐씨 서바이벌 Ten C Survival down jacket & 사이즈 선택법

DMWriter 2021. 11. 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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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능날이지만 전과 같은 심각한 한파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지구온난화가 아니 기후 변화가 눈 앞에 다가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11월 중반이 지나가지만 아직도 출퇴근은 기모 후드 하나도로 충분할 정도입니다.

 

얼마전 부모님댁에 가서 작년, 재작년 겨울동안 아주 잘입었던 마시모두띠의 패딩 하프코트를 가져 왔습니다.

 

예전 포르투갈 여행 때 호텔 옆에 있던 마시모두띠 매장에서 처음보고 점찍어 뒀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세일 할 때 구입 후 아주 잘 입고 있는 옷입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꾸준히 헬스장을 다닌 결과였을까....

 

가슴과 어깨쪽이 꽉 끼어서 조금만 도톰한 옷을 입으면 팔을 움직일 때마다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겨우내 패딩 없이 보내볼까...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몇 일전 말도 못했던 추위에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패딩을 구입하하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10만원 미안의 도메스틱 브랜드 아무거나 입자..하는 마인드가...

 

10만원 중후반의 자라 제품을 살까...

 

이왕 이렇게 된거 20만원 대 국내 제품을 사는게 낫지 않을까..

 

20만원짜리 살꺼면 그냥 4~50만원짜리 하나 좋은거 사서 오래 입자..

 

50만원 짜리 살꺼면 70~90만원 훌륭한 브랜드 하나 사면 되지 않을까...?

 

90만원이나 100만원이나 똑같은데 100만원대 명품을 하나 살까...?

 

...........이것이 '이왕이면' 병입니다..

 

10만원짜리 패딩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제 손에 잡혀 있는건

 

이탈리아 브랜드 텐씨 Ten C의 서바이벌 자켓이었습니다.

 

Ten C, Alessandro Pungetti

텐씨는 스톤아일랜드와 Iceberg, Zegna, Les Copains를 거쳐 C.P. company에 합류한 이탈리아인 Alessandro Pungetti와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스톤아일랜드와 일하고 있다가 Alessandro Pungetti와 함게 C.P. company에 합류하였던 영국인 Paul Harvey 가 2010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좌 PaulHarvey, 우 Alessandro Pungetti

 

Ten C라는 이름은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The Emperors New Clothes'의 약자를 따서 만들어졌으며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동화속 옷처럼, 사람들이 보고 있는 옷 그 너머를 바라보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는데 도전하겠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당시에는 온갖 형태의 광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사람들이 비판의식을 잃은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멋지거나 아름답기 때문에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옳다고' 들은 것을 단순히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Paul Harvey-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품질에 중점을 두고 평생 입을 수 있는 장인정신에 기반한 제품을 추구하고 로고 플레이를 하지 않는 브랜드가 텐씨입니다.

 

우리는 눈에 띄는 브랜드나 광고 없이 아름다운 옷을 만듭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합니다.

-Paul Harvey-

 

텐씨는 Alessandro Pungetti 가 C.P. company에서 사용하고자 했지만 너무 위험하고 사용하기 어렵고 단가가 비싸단 이유로 거절당했던 OJJ (Original Japanese Jersey) 원단을 주력으로 사용합니다.

 

OJJ는 일본에서 생산되는 나일론/폴리에스테 극세사 원단입니다. 

텐씨에 사용되는 OJJ는 일본에서 독점 생산되어 이탈리아에 인증된 공장에서 재단, 봉제 후 130도에서 고압 염색되어 제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OJJ는 외부 온도에 따라 변하는 직물로 습하면 부드러워지지만 건조하면 딱딱하고 뻣뻣해지는 재질입니다. 하지만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고 오래 입게 되면 체형에 맞게 옷이 변하기 때문에 텐씨의 브랜드 철학에 딱 맞는 원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대표적인 것은 면을 만지는것 같은 독특한 질감을 갖는 Nylon Tactel입니다. 나일론사를 고밀도로 직조하여 가볍고 얇지만 내구성이 뛰어나고 방수와 체온 유지가 뛰어난 원단입니다.  바스락거리는 소재감이 특징입니다.

 

텐씨는 애초에 OJJ를 마음껏 사용하기 위해 시작되었기 때문에, 초반에 나온 자켓, 파카 들은 대부분 OJJ 재질을 사용하고 안쪽에 패딩 라이너를 따로 구매해서 단추로 고정하고 입은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OJJ 재질 파카 내부에 패딩 라이너

 

그러다 Nylon Tactel을 사용한 다운 패딩 자켓들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텐씨의 대표적인 패딩 Artic 다운 파카

 

그럼 왜 대표적인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구매하였느냐

 

Artic의 목을 막아주는 덮개 부분은 고리를 걸어 고정하는 방식인데 사람에 따라 고리가 잘 풀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

고리로 걸어야 하는 목 부분 덮개

목 덮개를 하지 않았을 때는 옆으로 길게 널부러지는게 보기 싫다는 점

게다가 Artic은 지퍼가 목 부분까지 높게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추운 날에는 목 덮개가 강제 된다는 점

 

목 아래까지만 올라오는 Artic의 지퍼

목 덮개의 경우 사람에 따라 구겨지거나 접히면서 썩 보기 안좋을 수 있다는 점

 

움직일 때마다 접힐 것으로 예상 됨

마지막으로 레글런 형태의 어깨선을 차용한 제품이라 어깨가 좁아보인다는 점 ㅠㅠ

 

사실 레글런 슬리브가 이유의 80 % 정도를 차지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 체형에 레글런 슬리브는 어지간해서는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일반 슬리브 형태의 서바이벌 제품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Ten C, Survival, 전면에 단추 달린 포켓도 포인트 같아서 마음에 들었구요

 

검정 패딩은 인생에 처음 사보는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걸어두고 사진 찍었더니 먼지가 제법 붙었네요.. ;;  

 

검정색이라 눈에 더 보이는 것도 있는데 실제로 눈에 많이 띄진 않습니다.

 

서바이벌의 무게는 약 1 kg정도로 상당히 가볍습니다.

 

재질은 바스락거리고 질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재질입니다.

 

일반적인 매끄러운 나일론 느낌은 아닙니다.

 

전면 단추는 큼지막해서 장갑 낀 손으로도 쉽게 열고 닫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입구쪽이 이렇게 접혀 들어가기 때문에 내용물이 쏟아질 일은 없습니다. 지갑이나 핸드폰 하나는 너끈히 들어갈 정도입니다.
주머니는 Artic의 경우는 똑딱이고, 서바이벌은 지퍼로 되어 있습니다. 안감은 따로 기모처리 되어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전면부는 지퍼 밖으로 똑딱이 잠금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무래도 똑딱이 부분은 열 때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이라 손상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꺼운 패브릭을 하나 덧붙인 센스가 돋보입니다.
목위로 높게 올라오는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양 옆으로 조임줄이 들어나 있습니다.
내부에는 안주머니가 딱 1개 있습니다.
매우 얇은데다가 안감에 붙어 있지 않고 위에만 살짝 고정된 채로 달랑거리기 때문에 무겁거나 큰 물건을 넣기엔 부적합합니다... 그냥 없다고 보시는게 좋습니다.
주머니 밖에는 텐씨 제품의 특징인 손으로 쓴 사이즈와 제품번호 그리고 텐씨 특유의 씰이 보입니다.

 

 

텐씨 홈페이지에 가서 찾아보니 텐씨 마크 자체가 일본의 국립 인감 키쿠몬에서 모티프를 따왔다고 합니다.

쓰읍............기분이 썩 좋진 않군요

뭐 OJJ원단이 일본에서만 생산되고 제품의 컨셉에 일본 장인정신이 들어간다하니..

그러려니..하긴 하는데 이게 또 막상 설명을 듣고나니 그다지.......................

 

씰링 내부가 키쿠몬이랑 똑같은 모양으로 파여있었으면 그냥 반품하려 했습니다.

다행히 중세 실링 왁스에 더 비슷해보여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주머니 내부에는 탭이 하나 들어있는데 제품 자체가 가먼트 다잉(옷을 만들고 염색하는 방식)으로 염색했다보니 내부 탭도 같이 염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덜미에는 텐씨 제품의 특징인 제품 명이 적힌 택이 감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Nylon Tactel에 대한 설명이 붙은 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단추는 텐씨의 라이너 제품을 구입해서 연결후 같이 입을 수 있게 해줍니다.
겨드랑이쪽으로 구멍이 나있는데, 옷 밖으로 바로 뚫려 있진 않습니다.
하단부에도 구멍이 나있고 밑단을 조일 수 있는 스트링이 양쪽에 1개씩 있습니다.
모자는 분리가 되지 않는 방식입니다.
서바이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챙이 있는 타입
독특하게도 조절끈이 내부로 들어나있습니다.

 

손이 나오는쪽에는 안감이 하나 있는데
이렇게 손쪽으로 들어가는 바람을 막아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너무 타이트하지 않으면서도 두툼한 옷을 입었을 때도 조임 없이 적당히 손을 잡아줍니다. 매우 마음에 듭니다.

 

팔 기장은 겉감이 손등을 덮는정도의 길이입니다.

때문에 손을 축 늘어트리고 걸으면 손가락이 이정도 나오고

 

주먹을 쥐면 손이 옷안으로 들어가서 바람을 살짝 피하게 됩니다.
팔을 90도로 하고 손을 펴면 손 바닥 아래쏙이 살짝 덮히고

 

 

주먹을 쥐면 이정도로 손이 들어가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손등을 덮는 길이는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안감은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해 전부 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이즈의 경우 보통 48이 100 사이즈냐 50이 100 사이즈냐로 많이들 고민하시는데

 

운동 안한 100 사이즈 몸이시라면 48이 맞으실꺼고

 

운동 한 100 사이즈 몸이라면 50을 추천해드립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두툼한 후드를 안에 입고 48과 50 사이즈를 입어 봤습니다.

 

저는 100~105 사이즈를 입는 편입니다, 어깨선 위주로 봐주시면 됩니다.

 

48 사이즈, 어깨쪽이 다 펴져있음
50 사이즈, 어깨쪽에 여유가 있어 접힘

 

48 사이즈도 못입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새 패딩을 사려 했던게, 기존 옷을 입을 때 어깨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불편함을 느껴서였는데

 

48 사이즈의 경우 움직일 때 어깨~가슴쪽에 조금씩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50 사이즈는 어깨~가슴쪽에 불편함을 아예 느끼지 못했고 지퍼를 끝까지 다 올리고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도 문제 없었습니다.

 

입었을 때 외형적으로 48과 50 사이즈가 크게 차이나보이지 않고

 

50을 입었다고 해서 부해보이거나 몸이 커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고민 없이 50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100~105 사이즈를 입으신다면 50을 추천드리고 95~100 사이즈를 입으시면 48을 추천드립니다.

 

상체 발달형이 아니라면 100사이즈도 48을 추천드립니다.

 

상체 발달형 100은 50을 추천드립니다.

 

텐씨 서바이벌의 장점

1. 가벼운 무게

2. 독특한 질감

3. 손등을 살짝 덮는 디자인

4. 로고 플레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알맞음

 

 

단점

1. 비싼 가격이지만 덕다운을 사용함

2. 수납 공간이 조금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음

3. 지퍼가 조금 뻑뻑함

4. 먼지가 조금 잘 붙는 재질

 

 

 

이제 날이 추워지기만 기다리면 되겠네요.

 

 

 

 

 

날이 추워진 요 몇일 입어본 결과 추가로 남깁니다.

 

1. 가벼운 무게는 확실히 돌아다닐 때 부담감을 줄여줍니다.

 

2. 덕다운이라 구스다운보다 덜 따뜻한거 아닐까 했는데, 방풍성이 뛰어나서 보온성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3. 똑딱이 부분에 옷감이 덧대어진건 한 손으로 우드득 옷을 뜯을 때 확실히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4. 풍성한 후드는 잘 모양 잡아서 목 뒤로 놓으면 목쪽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고 살짝 머리를 받쳐줍니다. 반면에 대충 두면 뒷통수를 톡톡 치기도 합니다. 후드가 머리를 건드리는걸 싫어하는 분들은 이 부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5. 목까지 올라오는 지퍼는 보온성에 크게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앞으로 튀어나온 새부리형 마스크를 하면 마스크가 옷에 살짝살짝 부딪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6. 수납공간이 조금 더 있었거나, 양 옆 주머니가 조금 더 깊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처럼 핸드폰 크기가 커지는 시기에 양 옆 주머니는 폰 하나가 딱 맞게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7. 그리고 양 옆 주머니 입구에 붙은 지퍼가 금속이다보니 추운 겨울 손을 집어넣을 때 살짝씩 긁히기도 하고 손에 닿을 때 차가운 느낌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비오는 날 입었는데, 방수성능은 만족스러웠습니다. 툭툭터니 바로 다 털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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