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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트 뮤지엄 '일리야 밀스타인: 기억의 캐비닛' 전시

DMWriter 2023. 12. 1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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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자 휴가도 소진할겸  가볼만한 전시가 없나 하고 찾아보게 됩니다.

 

마침 블랙프라이데이라고 여러 플랫폼에서 각종 할인 상품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펀샵에서 처음 보는 작가의 사인 한정판 프린트를 판매하더군요.

 

원본은 아니고, 프린트물에 작가 친필 사인만 해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제품이었는데, 가격이 거의 100만원에 육박했던지라 구경만 하고 구매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이 작가가 누구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일리야 밀스타인"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지만 호주에서 자랐고, 작품 확동은 뉴욕에서 하고 있는 1990년생의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맥시멀한 상업 작품을 그려내는 작가입니다.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120여점을 선보인 제법 큰 규모의 전시입니다.

 

 

 

 

 

 

작년 호안 미로 전시를 보러 갔던 곳이기도 합니다. 

 

 

https://dmwriter.tistory.com/267

 

마이아트뮤지엄 호안 미로 전시회

지난 2019년 포르투갈 리스본 베라르도 미술관에서 만난 한 작품은 꽤 오랜 시간 제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 여행기 4. MAAT, 제로니무스 수도원, 파스테이스 드 벨렝, 발견기념비

dmwriter.tistory.com

 

 

티켓 가격은 성인 기준을 18,000원 조금 비싼편이고, 도슨트 프로그램은 평일 월, 수, 금만 있습니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보통 11시 14시 16시지만 변동이 있는 경우가 있어 마이아트뮤지엄 인스타그램을 참고하는게 좋습니다.

 

오디오 도슨트를 지원합니다. 큐플 어플을 통해 들을 수 있는데 유료로 3천원입니다.

 

저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듣고 싶어 휴가를 내고 금요일 14시에 맞춰 마이아트 뮤지엄을 찾았습니다.

 

 

지난번엔 차로 왔었는데 이번엔 지하철로 이동했습니다.

 

겨울 답지 않게 날이 따뜻한 날이었습니다.

 

마이아트 뮤지엄은 삼성동 섬유센터빌딩 지하 1층에 있습니다.

 

건물 밖으로 일리야 밀스타인전임을 아리는 커다란 판넬이 있습니다. 

 

외부 계단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오시면 됩니다.

 

자차로 오시는 경우 2시간에 3천원 주차권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주차 공간이 꽤 넓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입니다.

 

들어오자마자 한쪽 벽면에 커다랗게 일리야 밀스타인의 대표작 "티레니아 해 옆 서재"가 보입니다. 

 

 

그 옆으로 LG전자 가전들이 가득찬 이상한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공간의 존재 이유는 전시에 들어가면 알게 됩니다 ㅎ

 

티켓을 발권하려고 티켓 부스에 줄을 서있는데, 데스크 위에 작은 판넬로 KT 멤버쉽 50% 할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 50% 할인이면 너무 크잖아?

 

 

 

바로 줄에서 이탈해서 KT멤버쉽으로 티켓을 다시 예매했습니다 ㅎ

 

9000원 벌었네요. 이걸로 오늘 교통비랑 커피 한잔을 번 셈입니다.

 

통신사 KT 를 사용하시는 분은 12월까지 50% 할인 혜택을 놓치지 마세요.

 

도슨트 프로그램은 입장해서 첫번째 공간에서 대기하면 시간에 맞춰 도슨트가 들어와 자연스럽게 시작됩니다.

 

작품의 수가 많은 만큼 모든 작품을 설명해주지는 않고 대표적인 작품을 골라서 설명해줍니다. 

 

이날 함께한 이지안 도슨트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춘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평일임에도 도슨트 프로그램을 기다리신 분들이 50여명은 되어보였습니다. 

 

도슨트님을 잘 쫒아다녀야지만 그림을 바로 앞에 두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ㅎ

 

프로그램이 끝난 후,  다시 시작부분으로 돌아가서 혼자만에 감상 시간을 갖았습다.

 

 

 

대부분의 작품은 손 드로잉 후 컴퓨터 채색이 진행된 일러스트이고, 전시 작품은 전부  지글리Giclée 프린트 하였습니다. 

 

지글리 프린트는 미술 작품에 주로 사용되고 2400 dpi이상의 해상도를 보장합니다.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적인 계산으로 보면 프린트된 점 하나 하나 사이가 약 0.01 mm라고 보시면 됩니다.

 

작품의 크기가 큰 편이지만 프린트의 퀄리티는 매우 매우 훌륭한편입니다.

 

 

작품들을 보면서 실제 채색인가, 판화인가? 고민하다가

 

이 '여름' 작품의 빛의 음영을 표현한걸 보고 디지털 채색이라는걸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 티레니아 해 옆 서재'는 국내 한 자기개발서의 책 표지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책으로 가득찬 서재 가운데  넓은 창으로 보이는 고요한 티레니아 해는 일리야 밀스타인이 태어난 이탈리아 서쪽 바다입니다.

 

 

 

 

거대한 캔버스 안에 단 하나의 점을 찍은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어떤 작가

 

"미니멀니스트"라는 작품은 제목에 걸맞는 그림은 그림속 그림과 그 주변에 맥시멀한 환경의 강렬한 대비를 보여줍니다.

 

 

음악을 들으며 고양이와 함께 LP판 사이에 누워있는 평온한 남자를 그린 이 그림은 " 주말"입니다. 

 

 

 

 

 

 

"늦오후의 휴식"작품은 LG전자의 커미션 작품입니다.

 

그림속에는 LG전자의 공기청정기와 LG 전자의 로고가 그려진 액자가 벽에 붙어 있습니다.  한국호랑이라는 제목의 책도 보입니다.

 

 

 

이 작품이 있는 공간은 그림속 카페트와 비슷한 형태의 카페트가 바닥에 깔려 있었습니다. 

 

 

언듯보면 기업 커미션 작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옆으론 '애거사 크리스티의 서재' 작품이 있습니다. 

 

영국의 로렌스 킹 출판사와 애거사 크리스티 재단과의 커미션 작품입니다.

 

그림 안에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와 작품속에 등장했던 수많은 물품들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다음 작품은 '쉬고 마시고 사랑하라' 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입구쪽에 꾸며져있던 공간이 바로 이 작품과 동일한 공간이었습니다. 노트북에 붙은 스티커마져 똑같네요.

 

 

벽에 있는 그림을 잘 봐주세요

원작에 맞춰 그림이 천장쪽에 잘려있는 디테일까지 살려놨습니다 ㅎ

 

많은 분들이 여기 앉아서 사진을 찍으시더군요.

 

LG전자의 진공청소기, 세탁기, 건조기, 노트북이 등장합니다.

 

 

중간 중간에는 사람 키만하게 출력해서 세워놓은 작품도 있습니다.

 

'새로운 하루를 위한 시작' 또한 LG전자 커미션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냉장고가 메인인것 같습니다.

 

찬장 위에는 한국 특유의 백자와 나무 기러기 한쌍이 보입니다.

 

'이야기꾼'이라는 작품은 해질녘 식사를 끝마친 등장인물들의 즐거운 담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그림자와 

 

등장인물이 차고 있는 시계의 표현으로 작품속 시간이 대략 6시 또는 7시 25분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구찌'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말 그대로 구찌 커미션 작품입니다.

 

작품 곳곳에 구찌 로고와  패턴 그리고 실제 제품들을 착용한 사람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전시에서 특별하게 마련된 이 공간은 '티레니아 해 옆 서재'  작품과 뉴욕에 있는 일리야 밀스타인 작가의 작업실을 현실로 가져와 꾸며놓았습니다.

 

 

일리야 밀스타인 작가가 한국에 왔을 때 실제로 이 공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합니다.

 

실제 작업 공간과 매우 비슷하다고 합니다.

 

특히 이 선풍기를 보고 놀랐다고 하는데, 본인이 실제 사용하는것과 동일한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뒷모습으로 인증샷을 찍는 분들이 많으니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똑같은지 확인하고 싶어 작업실 사진을 찾으려고보니 쉽게 찾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벽 중간중간 실제 드로잉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일리야 밀스타인은 이렇게 손으로 직접 드로잉을 하고 스캔 한 다음 컴퓨터로 채색을 한다고 합니다.

 

가까이에서보면 매우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에는 메모도 적혀 있습니다.

 

수많은 소설속 소품들로 가득했던 '애거사 크리스티의 서재'의 드로잉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전시를 기념해서 벽 하단에는 한국 고유의 장식장이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벽 중간중간에는 한글 제목의 책자와 밀키스가 있습니다.

 

 

일리야 밀스타인 작가가 미국에 있을 때 아주 맛있게 마셨던 음료라고 합니다.

 

저는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작품을 끝까지 한 번 훑어보았기 때문에 이 공간에 있는 드로잉들의 최종 작품을 다 보고 다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 이렇게 밑그림이 그려졌다가 나중에 어떻게 색이 입혀졌는지가 머릿속에서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 공간을 먼저 보고 뒤로 가시면, 드로잉의 수가 많아 머리에 잘 남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전시를 끝까지 다 보시고, 다시 이 공간으로 오셔서 원작 드로잉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이 전시는 역방향으로 움직이셔도 무방한 전시입니다. 

 

지금부터 보실 네 개의 작품은 '1983년 뉴욕'이라는 연작입니다.

 

이 작품은 좌측 배낭을 맨 스트라이프 셔츠의 여성이 네개의 작품이 모두 등장하는 시리즈물로 1983년 뉴욕 거리 곳곳을 그려냈습니다.

 

첫번째 작품은 '1983년 여름 소호의 저녁' 입니다.

 

작품 하단에 흰 머리의 '앤디 워홀'이 보이고 그 위에 파란 셔츠를 입은 사람은 ' 장 미셸 바스키아'로 보입니다. 

'바스키야'의 인생에 '앤디 워홀'을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겠죠.

 

음악을 틀어놓고 비보잉을 하는 이 작품은  '1983년 여름, 할렘의 늦은 아침' 입니다.

 

그림속 상점들은 모두 실제 했던 곳입니다.

 

'1983년 여름,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오후'에 등장하는 중앙의 두 인물의 치마에 집중해 주세요.

 

20세기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한 다발La Gerbe '에 영감을 받아 1980년 입 생로랑에서 만들었던 이브닝 드레스가 보입니다. 

앙리 마티스가 색종이를 오려 만들었던 한 다발(좌)과 생 로랑의 실제 드레스(우)

 

 

네번째 작품은 '1983년 여름, 이스트 빌리지의 늦은 밤'입니다. 클럽57은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실제로 뉴욕에 있었던 클럽으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방문했고 공연을 했던 곳입니다.   

 

일리야 밀스타인은 작가로 성공하기전 실제로 바텐더를 하기도 했다 합니다.

 

이 작품에는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키스 해링'이 보입니다. 뒤에서 봐도 이마가 보이네요.

키스 해링

 

'에르밀 푸아로의 세계'는 로렌스 킹 출판사와 애거사 크리스티 재단의 커미션을 받은 또 다른 작품입니다.

 

작품의 제목인 에르밀 푸아로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시리즈 중 33권에나 등장하는 탐정의 이름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가 등장했던 시리즈물에 100여개의 소품들이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이 작품 하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습니다.

 

 

 

 

일리야 밀스타인의 '기억의 캐비닛' 전시는 총  4개의 캐비닛 + 1개의 특별 캐비닛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캐비닛마다 벽의 페인트를 다르게 칠하여 작품의 몰입을 높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건 마지막이자 캐비닛인 '캐비닛 속 분실된 초상화' 파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픽사와 디즈니의 커미션 작품 '라따뚜이'입니다. 

 

일리야 밀스타인의 2023년 신작으로,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 등장했던 요리하는 쥐들이 주인공입니다.  

 

해외 전시에서는 이 작품의 주인공들인 쥐들에 걸맞게 그림을 천장에 붙여 놓고 올려다 보게 했다고 합니다.

 

그림속 여러 초록 야채들과 벽의 페인트가 잘 어울려져서 하나의 공간이 예술처럼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 공간에는 이렇게 바닥에 초록색 인조잔디를 깔고, 그림속 소금통과 소스 그리고  쥐 조형물을 함께 세워 두었습니다 ㅎ

 

라따뚜이의 뒤로는 '잃어버린 여름'이 있습니다. 2020년작으로 코로나로 멈춰버린 아이들의 학교 통학을 스쿨버스 위 둥지를 짓고 새끼까지 낳아버린 새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의 가장 마지막은 이 두 작품입니다.

 

왼쪽이 '인류 이후에 II', 오른쪽이 '인류 이후에 I'입니다. 

 

인류가 끝난 이후, 문명이 자연으로 뒤덮힌 환경에,  동물과 함께 남게된 정체불명의 신인류를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도 바로 옆 라따뚜이처럼 연을 들고 있는 곰과 풀로 뒤덮힌 의자를 함께 조형물로 두었습니다.

 

 

아 이곰은 진짜 귀엽네요 ㅎ

 

 

 

사진으로는 전시된 120여개의 작품에 반에 반도 남지기 못한 것 같습니다.

 

맥시멀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의 일러스트를 좋아하신다면, 2024년 3월 3일까지 삼성동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진행되는 일리야 밀스타인의 '기억의 캐비닛' 을 추천드립니다. 

 

작품을 하나 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있는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시다면 평일에 도슨트 프로그램을 들어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2월 중에는 KT 멤버쉽 이용자들에 한해 50% 할인을 받으실 수 있으니 잊지 마시구요 ㅎ

 

나가기 직전에 일리야 밀스타인의 작업 환경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에서 그가 사인할 때나 스케치 할 때 항상 사용하고 평소에 소지하고 다닌다는 펜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ㅎ

 

 

Uni Pin  파인라이너, 팁 사이즈는 0.2mm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ㅎ

 

 

전시는 도슨트 프로그램 1시간

 

그리고 작품을 다시 둘러보면서 40분 정도가 흘렀습니다.

 

중간에 영상을 보면서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로비 옆에는 생각보다 넓은 커피숍도 있습니다.

 

커피 맛은 평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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